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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201420

유치해 비열하고 못났어 (2014.07.11) "우리가 맨날 싸우는 건 니가 솔직하지않고 비겁하기 때문이야. 좋은남자가 되고싶은게 아니라 니가 좋은남자라고 말해주는 여자를 만나고싶은거겠지. 유치해, 비열하고 못났어." 어떤 지점에서 의 석현은 의 댄과 유사하다. 어떤 지점이란 '찌질함' 언저리이겠지만 누구든 연애나 사랑, 혹은 그 유사한 감정을 느낄 때 보일 수 있는 충분한 어리석음들. 가 세 시즌을 마감했지만 자꾸만 열매가 생각나는 건 그 이유다. 석현이 자신의 아픔과 뜨거움을 '너의 부족함'으로 돌리는데에 대해 사랑스럽고 솔직한, 여리지만 날카로운 말로 "그건 네가 찌질한 거다 새꺄" 를 표현하고 있어서. 의 앨리스도 그랬다. 하지만 결국 일정량의 찌질함을 채워야만 제대로 무언가 관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여름 뜨거운 찌질함에 문득 애정.. 2015. 7. 11.
어디선가 여전히 멋있었으면 좋겠다 (2014.09.17) 사진은 언젠가 서촌 어떤 식당에서 낙지볶음 먹고 나서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다 모를, 내 지독했던 첫사랑은 고대생이었다. 그래서 나도 고등학교 땐 늘 고대에 가고싶었고 참 자주도 들락거렸었다. 내부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껍데기는 여전히 그대로인 고대 학생회관 앞을, 그 당시에 막 생겼던 엠비라운지가 있는 번지르르한 경영관을, 9월부턴 매주 수요일마다 오게됐는데 참 재미있는 기분이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도 페친인 마당에 이런 글 쓰기 죄송하지만 싸우고 나서 야자 빠지고 여기 온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그때는 심각했다. 뭐 어렸으니까. 뭐 영철버거 그런 것도 생각나고. 아직 있는진 모르겠다. 덕분에 나는 성적이 쭉쭉 떨어져 고대에 갈 성적을 못 내고야 말았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은 그저 웃음.. 2015. 6. 1.
떠나는 당신께, 심심한 애도와 축하를 (2014.02.25) 졸업이다. 또 많은 학우들이 한양을 떠났다. 문득 내 졸업이 생각났다. 나는 여름에 졸업했다. 한여름에 두꺼운 학사가운을 걸치고 있으니 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2014년 전기 졸업식. 적당한 2월의 기온과 졸업식은 꽤 잘 어울렸다. 축하하러 온 이들에게도 고생스럽지 않은 날씨였다. 날이라도 덜 추워 다행이지 싶었다. 이 기뻐야 할 졸업을 마냥 축하할 수가 없어서다. 마지막 방패막을 치운 이들에게, 일종의 '애도'를 하고싶은 마음이 더 크다. 대학 졸업이 더 이상 '벼슬'이 아니라서 일까. 실제로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 교수님은 "졸업하는 학생보다 교수들이 더 많이 온 것 같아 서운하다"고 했다. 꽃다발을 판매하는 상인은 "확실히 졸업식 참석자도 줄었고, .. 2015. 1. 12.
버리는 연습 당분간은,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잘 버려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버리면 다시 돌아오진 않으니까 연습을 가장한 실전이기는 하다. 언젠가 그리워질지도, 언젠가 필요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미련들을 붙잡아뒀었는지. (2014.03.31 on facebook) 2015.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