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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2014

어디선가 여전히 멋있었으면 좋겠다 (2014.09.17)

by __stella 2015. 6. 1.



사진은 언젠가 서촌 어떤 식당에서 낙지볶음 먹고 나서



알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다 모를, 내 지독했던 첫사랑은 고대생이었다. 그래서 나도 고등학교 땐 늘 고대에 가고싶었고 참 자주도 들락거렸었다.


내부엔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껍데기는 여전히 그대로인 고대 학생회관 앞을, 그 당시에 막 생겼던 엠비라운지가 있는 번지르르한 경영관을, 9월부턴 매주 수요일마다 오게됐는데 참 재미있는 기분이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님도 페친인 마당에 이런 글 쓰기 죄송하지만 싸우고 나서 야자 빠지고 여기 온 적도 있었다. 그 정도로 그때는 심각했다. 뭐 어렸으니까. 뭐 영철버거 그런 것도 생각나고. 아직 있는진 모르겠다.


덕분에 나는 성적이 쭉쭉 떨어져 고대에 갈 성적을 못 내고야 말았지만 한참이 지난 지금은 그저 웃음만 나는게 참 재밌는 것이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설마 네가 뭐 그리 심각했겠냐고 하겠지만 원래 그때는 다 그런게 아니었을까. 잘 기억도 안나지만.


6호선을 타고 신당역에 와 2호선을 기다리고 있다. 술 먹고 나서도 여기서 거의 막차를 타고 독서실에 들러줬던, 1교시도 없으면서 고등학생인 내 등교시간에 맞춰 꼭 데리러와서 지하철 같이 타고 학교에 데려다주고 갔던, 지금 생각하면 대단히 귀찮은 일을 그도 스무살이었으니까 할 수 있었겠지 생각하니까 참 기가 막히고 재미있고 좀 찡하기도 한 것이다.


그냥 재미있고 좀 찡하고, 그런 거다. 기억도 잘 안 나지만. 내후년 쯤이면 이 이야기도 십 년 전 이야기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정말 재미있고 그런 거다. 이런게 하나하나 아팠던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도 재미있고. 중학교 때 였나, 처음 알았을 때부터 늘 멋져보였던 사람이니까 어디선가 여전히 멋있었으면 좋겠다. 출퇴근 시간 따위에 스트레스 받거나 월급때문에 버티는 그런 직장인은 되지 않았기를. 어렸던 내 눈엔 참 멋졌던 사람이니까. (2014.09.17 on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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