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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2014

떠나는 당신께, 심심한 애도와 축하를 (2014.02.25)

by __stella 2015. 1. 12.

졸업이다. 또 많은 학우들이 한양을 떠났다. 문득 내 졸업이 생각났다. 나는 여름에 졸업했다. 한여름에 두꺼운 학사가운을 걸치고 있으니 얼른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2014년 전기 졸업식. 적당한 2월의 기온과 졸업식은 꽤 잘 어울렸다. 축하하러 온 이들에게도 고생스럽지 않은 날씨였다. 날이라도 덜 추워 다행이지 싶었다. 이 기뻐야 할 졸업을 마냥 축하할 수가 없어서다. 마지막 방패막을 치운 이들에게, 일종의 '애도'를 하고싶은 마음이 더 크다.

 

대학 졸업이 더 이상 '벼슬'이 아니라서 일까. 실제로 졸업식에 참석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한 교수님은 "졸업하는 학생보다 교수들이 더 많이 온 것 같아 서운하다"고 했다. 꽃다발을 판매하는 상인은 "확실히 졸업식 참석자도 줄었고, 꽃 판매도 줄었다"고 했다. 한 재학생은 "선배 축하하러는 왔지만 내 졸업식은 오지 않아야겠다"고 '벌써' 말하기도 했다. 나도 그랬다. '안 가야겠다'는 의지까진 아니었지만, '꼭 가야하나' 하는 생각은 했다. 대개 고민 끝에 '참석'을 선택하긴 하지만, 고민만으로도 슬픈게 사실이다. 많은 생각이 스쳤다.

 

인터넷한양 뉴스에는 '금주의 한양인'이라는 코너가 있다. 괄목할 성과를 거둔 재학생들을 인터뷰하는 코너다. 주로 대회 수상자나 창업자들이 주된 취재원이다. 그런데 공모전 수상 조차도 꽤 '흔한' 스펙이 된 요즘, '이야기 될' 취재원을 찾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 그만큼 비슷해서다. 종목만 다르고, 동기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열심히 노력하고 가끔 팀원들과 다퉜지만 서로를 이해하며 극복해 수상한 내용은 누구나 같다. 열에 아홉은 비슷하다. 기사가 뻔한게 아니라 취재원이 뻔한건데, 아이템이 기사의 절반 이상이라는 점에서 기자들에게도 말 못할 부담이 생긴 셈이다.

 

어쩌면 이 지점이 우리의 '공허한 졸업식'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같은 대학 졸업, 모두가 적당히 맞춰 갖춘 학점, 영어 점수, 봉사활동, 수상 경력, 인턴십. 이 평균적 엘리트들이 학벌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이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해줄 무언가가 없어 더욱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는 공허함이다. 꽤 괜찮은 대학을 다녔고 졸업하면서도, 그렇게 사회 전체의 경쟁에서는 적당한 우위를 선점했음에도 희망이 적어서다. 누구나 취재원이 될 만 하지만, '이야기 될' 취재원에서는 밀리는 이치다.

 

어쩌면 내일 아침은, 누군가에겐 좀 더 추울지 모르겠다. 그래도 당신 탓은 아니다. 대학 졸업이 기쁘려면 대학 졸업만으로도 '무언가'가 돼야 하는데, 그럴 수 없어 못내 마음 아플 뿐이다. 그런 아픈 마음이 졸업식을 향해야 할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건 아닐까. 더 이상 '졸업은 새로운 출발'이라 제목 붙일 수 없는 씁쓸함이 식이 끝난 캠퍼스에 남았다. (2014.02.25, 한양뉴스포털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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