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 다른 도시로 향하는 통근버스를 타는 아파트입구의 풍경은 새롭다.
이제 가면 몇 시에나 다시 이 집에 올 지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음에 놀랍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생활비와 주거비를 유지해가며 이 동네에서 떠나지 않는 게 그렇고,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다보니 도대체 뭘 위해서 이들은 이렇게까지 사는가를 생각했다.
왜 결혼을 결심하셨어요? 왜 그 일을 시작하게 되셨어요? 왜 아이를 낳을 결심을 하셨어요? 본인도, 타인도 납득할 만한 이유를 가진 사람들은 의외로 드물다. 아직 중2 병에서 못 벗어난 건지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는지는 몰라도, '왜' 해야하는지 모르는 일은 절대 안 하고 싶어하는 나는 그 이유가 나를, 타인을 설득하지 못 하면 전혀 하고싶지가 않아져서.
그 나이 쯤엔 해야하니까, 남들 다 하니까, 더 늦으면 안 되니까, 같은 말들이 주는 공허함은 도대체 아직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를 모르겠어서, 이 많은 사람들이 기계처럼 통근버스를 타는 아파트 특구의 아침이 문득 생소하기만 하다. (2014.08.27)
*8월 25일부터 여의도 출퇴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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