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은 꽤 괜찮은 날이었다. 좋아하고 계속 하고싶고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일로 돈 버는 것, 그리고 그 액수가 점점 커지는 것. 진짜 기쁜 일인데, 그 기쁨을 오랜만에 느낀 날이어서다.
좋아하는 일에 액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아무도 돈 안 주는데 페이스북이고 블로그고 열심히 하는 걸 생각하면 다 그렇다. 아무도 돈 안 주는데 무려 내 돈을 써가며 야구장도 자주 가잖나.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이 어쩌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과 동일하고, 노력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내가 좋아하며, 그 일이 돈을 벌어준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인생에서 '찾았다'는 것, 이 네 박자가 쉽게 맞아 떨어지기는 엄청 어렵다. 그래서 '액수가 점점 커지는 것'이 의미있다. 적어도 내가 이 일을 더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알려주는 데다, 내가 그 일을 지속하는 것을 꽤 '가치 있게' 생각해준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나를 하나를 잃는 건지, 며칠 제대로 못 자고선 비몽사몽 돌아다니다가 그 기쁨과 설렘에도 불구하고 넘어졌다. 뭐 하루이틀 일은 아니다. 난 워낙 잘 넘어진다. 잘 넘어지고 잘 다치고, 잘 잃어버리고 잘 흘린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지라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오른손잡이로서 오른손목을 다쳐 낑낑거린지 며칠 만에, 높은 굽 샌들을 신고 나가서는 넘어져 왼쪽 발목을 접지르고 왼 다리와 왼 팔은 쓸리고 까졌다. 성한 구석이 없다.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다치는 건, 아픈 건 여전히 익숙하지가 않다. 사실 며칠 잠을 제대로 못 자서인지 오늘은 정말이지 서럽기까지 했다. 워낙 엄살이 심한 편이기도 하니까 입징징이기도 하지만, 그냥 아픈 것 이상으로 괜히 서러운 것이다. 오늘따라 여기저기서 찾는 덴 또 왜 이렇게 많고, 거절을 거절로 못 알아듣는 사람도 이렇게 많으며, 거울 속의 나는 또 왜 이리 퉁퉁 부어있는 건가. 어휴 못생겼다.
정말이지 아무도 안 찾는 데서 좀 지내다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거고 그럴 수도 없을 나란 걸 잘 알고 있다. 집에 낑낑대고 들어왔더니만 '다쳤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욕을 한 바가지 먹었다. 사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다치고 오면 괜찮냐는 말보다 다쳤다는 이유로 혼을 더 많이 냈다. 그래서 내가 크면서 점점 엄살이 늘었나 싶기도 하고, 다시 생각해도 그 어릴 때부터 외동딸이 겪기엔 너무 가혹했던게 아닐까싶다.
또 한 번 서러움을 견디고 거실에 앉아 파스를 붙이는데, 페루에서 자전거를 타고 산골짜기를 넘나드는 내 또래 외국인들이 화면에 등장했다. "나도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저런거 해봐야 되는데" 라고 하자 엄마는 또 한번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으며 "걸어다니면서 넘어지지나 말라"고 하셨다. 괜히 예전에 저장해둔 오로라 사진이나 들춰보며 언젠간 꼭 오로라보러 그 추운곳에 가겠다고 생각한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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