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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로그/공연

서울재즈페스티벌 (2015.05.23~24, 올림픽공원)

by __stella 2015. 6. 11.

난 서울재즈페스티벌이 정말 싫다. 솔직히 보고싶은 뮤지션 오는 것 좋고 집 가까운 것도 좋은데 내가 서재페에 늘 화나는 건 유명 뮤지션들을 불러오기 위한 건지 뭔지 늘 통제되지 않는 인원과 절대 매진시키지 않는 티켓에 따른 이게 음악페스티벌인지 피난인지 모르겠는 그런 사태인 것이다. 진짜 그.. 88마당에서 발 디딜 틈 없이 놓아진 돗자리에 다닥다닥 드러누워있는 걸 보면 여기가 재난대피소인지 페스티벌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진짜 백번 양보해서 이해할 수 없는 라인업? (이를테면 로이킴?) 그래 알겠다 이거야. 솔직히 로이킴... 재즈페스티벌... 아... 


이런 라인업이 이해 안 가는게 한두 번은 아니지만, 민갑 선배님이 서재페 직후에 쓰신 글 중 이 부분 "하지만 그 때문에 진정한 재즈 페스티벌이 아니라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기야 재즈 페스티벌에 재즈 뮤지션들보다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이 더 많다면 재즈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칙 코리아, 허비 행콕, 세르지오 멘데스, 아투로 산도발, 존 스코필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 베벨 질베르토, 그레고리 포터, 호세 제임스, 배드 플러스, 박주원, 재즈파크 빅밴드, 에이치 젯트 트리오(H ZETTRIO), 주윤하 & 재즈 페인터스(Juyoonha & Jazz Painters), 구본암 밴드 등등의 이름만으로는 그들을 무대에 올리는 재즈페스티벌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될 것. (해당 글은 여기)" 도 이해를 하기 때문에 넘어가지만, 티켓 제한을 두지 않는 건 매년 얘기가 나오는데 매년 이 난리라 늘 화가 난다. 압사 사고라도 나야 그만 할런지. 


서재페 핸썸한 부처님 오신날까지 3일간 진행됐지만 난 이틀권을 끊었다. 근데 막상 일요일 되니까 내일까지 오고싶다 싶기도 하고 좀 아쉬웠어서.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앞으로는 그냥 다끊어야지..싶다가도 아 이런 호갱들 때문에 서재페가 매년 욕 먹으면서도 티켓 제한을 이렇게 안 하는구나 싶은 것이었다. 여튼 그래서 토,일 이틀 갔는데, 사실 토요일엔 허비행콕밖에 못 봤다. 


컨디션도 너무 안 좋았는데, 름님의 녹음실 소환으로.. 헤헤 '샷 네 개 물 빼고 얼음만' 그 분의 기타 녹음을 반나절 동안 내리 들을 수 있는 호강을 누리게 되어 서재페는 쿨하게 포기하게 됐다. 워낙 컨디션도 안 좋고 했어서, 에어콘 바람 쐬며 가까이서 기타 소리 들으면서 막 정말 행복했는데. 아마도 박주원 보고 로버트 글래스퍼 보고 허비행콕 보려고했었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여튼 그분은 녹음하느라 로버트 글래스퍼를 못 보고 나는 그분 녹음하는 거 보느라 서재페를 안 갔다는 후문. 그래도 나는 쉬었는데 그분은 일하느라 못간거라 좀 흐잉... 그랬다. 그래서 녹음 끝나고 그분은 다른 녹음으로 나는 허비행콕으로! 음 허비행콕 칙코리아. 좋았다 사실 앞 공연들도 좋았겠지만 뭐 좋았겠지... 그러나 사실 생각해보면 양일 헤드라이너 공연만 다 봐도 티켓값은 나온다고 생각하는 터라 별로 아깝지 않았고 더 감사한 낮시간을 보냈으므로 괜찮았는걸. 


서재페 이틀 동안은 정말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나중에 듣고 싶어서 녹음한 것도 있고 다 같이 신나게 노는 광경같은 건 영상도 찍었는데, 사진은 별로 안 찍었다. 



허비행콕 칙코리아. 공연이야 말 할 것도 없이 좋았고. 그리고 팔찌가 천으로 되어 있고 조이는 시스템이라 되게 좋았다. 난 페스티벌 그 종이 팔찌가 정말 싫다. 양일이나 삼일 동안 가 있으면 그거 뺐다 꼈다 할 수도 없고. 이런 천 팔찌가 훨씬 좋다.  



둘쨰날. 그 팔찌와 저...까만색은 ADULT 성인 인증 팔찌인데 저게 있어야 술을 살 수 있다. 포잉존에서 산 모히또. 너무 달아서 별로 였다. 샤이바나랑 무슨 쉐프들이 와서 판다는 존에서 먹을 것 사서 이것저것 먹고 놀았는데, 이날까지도 대자연의 영향으로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았기 때문에 모히또 한 잔으로 끝! 이날 진짜 진짜 더웠는데, 첫 공연이 코마츠 료타여서. 나 진짜 정말 코마츠 료타 진짜 좋아하는데, 12시 뙤약볕 첫 공연인 것도 일단 타임테이블도 너무 화가 났지만 정말 너무 덥고...너무 더워서... 정말.... 아..... 


그래서 잠시 더워서 핸드볼 경기장에 피서를 갔는데 그곳에서는 윤한이 공연을 할 타이밍이었다. 사실 윤한이 키이스트로 회사를 옮긴 줄도 몰랐고, 스톰프에 있을 때부터 음반은 들었는데 우결에 나온 건 알았지만 원래 예능 잘 안봐서 보지는 않았고,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였다. 윤한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싶었던. 앞쪽 스탠딩은 워낙 윤한 팬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다들 반응이 좋은 것 같았는데 나처럼 가운데 자리에 그냥 앉아있던 사람들은 다들 윤한이 앨범 곡 부를 때 멜로디 정도 아는 걸 보면 나처럼 노래 정도만 알고 공연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내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다 한결같이 "윤한 원래 저랬어?" "뭐야 왜 저래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반응이었다. 못하고 이런 문제가 아니라, 그 체격과 그 얼굴에, 피아노치는 남자라는 여자 팬 꼬이기 딱! 좋은! 훈남! 타이틀! 을 가지고 어마어마하게 오글거리는 쇼맨십을 하는 것이었다. 


사실 지금은 좀 시간도 지나고 충격도 가셔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목 푸는 척 하면서 일부러 삑사리 내는 듯한 쇼맨십이라든가 장미꽃 던지기 라든가 관중 호응 유도하는 모션 같은 것도 어설프기 짝이 없어서 너무 놀랐다. 사실 음반만 들었을 때 윤한은 뭐랄까 되게 셔츠나 니트같은 거 입고 그랜드피아노 앞에 앉아서 부드러운 노래 부르고 그럴 것 같아서 재즈페스티벌에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던. 심지어 의상도 가죽자켓에 스포츠 선글라스같은 걸 쓰고 와서 정말 딱 어학연수가서 맨날 놀러다니는 부잣집 등골브레이커 같은 모습을 하고 나타나서 정말 어떻게 저 실력과 저 외모를 저렇게 낭비할 수가 있나 싶었다. 부디 윤한 기획사 관계자가 이 포스팅을 본다면 다음 공연 때는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윤한이 이상한 짓을 하려거든 마취총을 쏴주길 바란다. 정말 진심으로 윤한 공연을 보면서 집중이 하나도 안 되고 시공간이 오그라들면서 나 자신 조차 소멸하는 경험을 해서 윤한을 피아노 의자에 묶어놓고 절대 멘트도 하지말고 노래만 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같이 공연하신 다른 파마머리 하신 분도 괜히 썬글라스 벗으셔서 너무 웃겨가지고 여튼 무대가 총체적으로 집중이 하나도 안 되는 그런... 아..... 제발 마취총....... 그래서 중간에 나간 사람 정말 많았다. 제발 꼭 모니터링 하세요 부탁이예요.. 싫어서 그러는게 아니라 안타까워서 그러는거예요 안타까워서..


그리고 다시 88마당으로 가서 존스코필드우버잼 보고 고상지언니 무대 보러 수변무대로 이동. 그 중간에 아는 분들 만나서 윤한 공연의 충격과 공포를 얘기했더니 그런 얘기 예전에 다른 공연 다녀온 사람한테도 들었었는데 진짜였냐는 반응도 들었다... 여튼 정오 경 코마츠 료타의 무대에서도 고상지 언니가 나왔었고, 그때 잠시 게스트로 이적이 나와서 노래도 했는데 아 특히 키스오브파이어 부른건 정말 좋았다. 거짓말거짓말거짓말은 고상지밴드에서 피아노를 치고 싱어송라이터로 데뷔한 최문석이 현악기 편곡을 했다고 하던데, 여튼 고상지밴드가 수변무대 마지막 무대였다. 제프버넷 세르지오 멘데스 미카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고상지언니는 연신 이렇게 짱짱한 뮤지션들이 오는데 이 무대 보러와주셔서 감사하다며.. 무대 정말 좋아서 영상 많이 찍었는데 사진은 달랑 이거 한 장이다. 리허설 할 때 찍은 사진. 진짜 막 엄청 뛰어가서 무대 바로 앞 바닥에서 턱 괴고 봤는데 정말 정말 좋았던 무대. 진짜...진짜로! 그리고 계속 멘트할 때마다 애니메이션 얘기해서 바이올린 종수님이었나.. 그만하라고 버럭하셨던. 그리고 아직 민간인이 채 되지 않은 동민씨가 기타도 치고. 탱고 댄서 분들 무대도 있었고, 비틀즈가 탱고의 쇠락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래도 비틀즈의 노래를 탱고로 연주하면 멋지지 않을까요! 하면서 들려준 것도 정말 좋았다. 




그리고 이 무대 끝나고 나서 다시 뛰어뛰어서 88마당으로 이동해서 세르지오 멘데스로 마무리. 여름밤엔 원래 세르지오 멘데스인걸. 세르지오 멘데스 무대를 통으로 보면 좋기야 좋았겠지만, 관객과 무대에 고마워하는 고상지밴드의 무대를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좋은자리에서 매 순간 기억한 것도 매우 특별한 일이었기 때문에 아쉽지 않았다. 그리고 뭐 세르지오멘데스도 정해진 것보다 더 오래 공연했잖아. 좋았어. 여튼 5월에 많은 공연을 다니면서 불사르고 나니까, 앞으론 좀 더 많은 공연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됐든, 페스티벌이 됐든, 잘 모르는 아티스트가 됐든. 공연이 주는 생의 감각에서 조금은 버틸 힘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아서. 그렇게라도 조금씩 버티다가, 다시 도약할 시점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월요일 구본암밴드를 못본 건 아쉽지만 그래서 난 이번 주에 구본암밴드를 들으러 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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