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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2015

마지막 성모의 밤 (2015.05.21)

by __stella 2015. 6. 1.



2005년에 입학했으니 딱 10년이 됐다. 17살 때 처음 왔던 이곳에 27살이 되어서 다시 왔는데, 이제 더는 이곳에서 성모의 밤 행사를 하지 않는다.


들어가진 않아도 정말 자주 들렀던 곳. 잠실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고향이라면 오히려 이 곳일 그곳은, 이제 내가 서울에서 27년 사는 동안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동네에 남녀공학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단다.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 계성여자고등학교에서 치르는 마지막 성모의 밤.


'마지막이라고 쓰고 싶지는 않지만'. 마지막은 또다른 시작이란 걸 알지만, 어쨌든 그렇게 한 시대가, 그리고 내 십대가, 그렇게 인사한다.


작년 오늘은 참 아팠다. 너무 아파서 명동 골목 한복판에서 펑펑 울었는데 오늘은 울컥, 울컥 하면서 목이 메이기만 했다. 그러더니만 어느새, 마지막이라는 소식에 그 좁은 학교를 가득 메운 세대를 넘나드는 졸업생들과, 힘겹게 올라가던 종현언덕 대신 들어선 낮고 편한, 예쁜 상가식 계단과, 마지막 성모의 밤보다 명동을 찾은 에릭남이 더 반가운 열 살 어린 귀여운 동생들 사이에서,


언젠가 학생부장 수녀님께 함께 혼났었고 급식 시간에 같이 뛰어나갔고 문자메시지 보낼 알이 부족해 좀 보내달라거나 했던, 수녀님한테 혼나면서도 굳이 교복에 슬리퍼 신고 저녁 시간에 명동 나가서 군것질을 하고 오고 그랬던, 그랬던 우리가 그렇게 반가워서, 참 정신이 없어서, 어쩌면 다행인지 울지는 않았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교가를 불렀더라면 어쩌면 울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녕. 아마도 5월에 한 가장 슬픈 이별이 될, 절대 못 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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