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긴 월요일이었다.
여행 다녀온 지 5개월이 됐는데 이제서야 여행의 기록을 모두 정리했다. 순간의 감정과 기억의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 정리다. 여행은 그렇게 쓰여질 문장의 열 배가 넘는 시간을 간직하러 가는 길이지 싶었다.
새 비행기 표를 끊었다. 여행만 기다리며 일상을 기다리는 직장인이 많다지만 사실 그런 건 아니었다. 여행이 아니어도 충분히 기다릴 일이 많다. 수많은 일이 날 버티게 하지만 굳이 버텨내지 않아도 되는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게 좀 슬펐다. 어쩌면 버텨내기보다 그저 지내는 모양이다.
자리를 세 번째 옮기는 동안 거의 정리 못한 채로 들고 다녔던 짐도 이제야 정리했다. 제대로 뿌리내린 적은 없어도 꽤 애착을 가졌던 시간들이었다. 차마 기억도 못했던 어떤 이름들과 어떤 얼굴들과 어떤 흔적들과 어떤 소비의 기록들이 그 시간에 남아있었다.
잘 모르겠다. 긴 월요일이었다.
'기록 > 201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자기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 것 같이 당황스럽고 두려워 (0) | 2015.09.28 |
---|---|
난 아직도 물고기를 키우지 못해 (0) | 2015.07.27 |
그런 마음 (0) | 2015.07.14 |
비오던 속초 바다 (0) | 2015.07.13 |
한참을 울던 사람들에게는 (0) | 2015.07.0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