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13 버리는 연습 당분간은, 최대한 많이, 최대한 잘 버려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버리면 다시 돌아오진 않으니까 연습을 가장한 실전이기는 하다. 언젠가 그리워질지도, 언젠가 필요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미련들을 붙잡아뒀었는지. (2014.03.31 on facebook) 2015. 1. 2. 시간이 가는 속도가 2014년, 벚꽃 핀 어느 봄 저녁 시간이 가는 속도가 피부를 긁고 지나갈 만큼 정신 없고, 고달팠고, 바쁘고, 서러운 한 주였다.아직은 이번 주가 끝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수고했다 오늘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서러워하는 내게, 아직 너는 젊다고, 때가 온다고 말해주는 고마운 당신들에게가끔 울컥하고 고마운 때가 있다면 지금이다. (2014.03.27-28 on facebook) 2015. 1. 2. 모든 소모적인 것에는 일련의 순환이 필요하다 (2014.3.4) 모든 소모적인 것에는 일련의 순환이 필요하다. 수년 전 나는 한 동안 여러 종류의 구두를 한꺼번에 샀었다. 펌프스가 대부분이었지만 굽 높이도, 색깔도, 디자인도 다양한 여럿. 구두를, 열심히 사고 신고 다니면 마치 뭔가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도 있었지만, 그런 기분은 잠시였다. 운동화를 안 신던 시절이었다. 작년부터 그 구두가 하나씩 하나씩 날 떠나기 시작했다. 특히 아끼던 구두 몇 켤레는 망가지면 고쳐서도 참 오래 신었는데, 결국 회생 불가 판정을 받고 버리게 됐다. 특별한 기억들, 특별한 말들이 숨은 구두도 있었다. 버리는 마당에 다 소용 없었다. 이제 정말 몇 켤레 안 남았다. 오늘 또, 그 구두 중 하나를 고쳤다. 고치면서도, 어차피 지금 고쳐도 한 달 더 신으면 많이 신겠구나, 싶었다. 이상한.. 2015. 1. 2. 철들지 않게 하소서 동생들에게 제발 철없이 더 놀고 늦게 취직하라고 말하는 건 정말이지 내가 쓸데없이 일찍 철이 들어서였다. 늦게 태어난 외동딸이라 엄마 아빠가 걱정하게 혹은 내게 조금이라도 더 돈을 쓰게 하는 건 '민폐'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나는 부모와 내 스스로를 아주 어릴때부터 철저히 독립시키며 자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실에 사는 바람에 사교육에 꽤 돈을 쓴 것도 사실이겠지만 거기까지였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대학에 오고나서 나는 한 번도 부모에게 손을 벌린 적이 없다. 일당 4만원 짜리 일용직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온갖 일을 해봤고 고액 과외도 해봤고 후엔 글 하나 쓰면 이삼십 만원 받는 일도 해봤다. 그럴때마다 뿌듯했고, 철저히 내가 노력해서-그리고 각종 임금체불에 맞서서-해온 일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 2014. 12. 29.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