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참 블로그를 밀렸다가 한꺼번에 쓰니까. 2월부터 본 공연 얘기를 한꺼번에 쓰다보니까 내가 이렇게 정재원 공연을 많이 봤구나. 많이라고 하기엔 썩 많은 건 아닌데. 내가 공연을 그렇게 많이 보는 사람이 아닌 것에 비하면 무지 많은 편이긴 한 건가. 신기한 일이긴 하다.
벨로주. 좋은 공연장이라고 소문난 곳. 작고, 음향 좋고, 조명 좋다고도 익히 들어온 곳. 에반스는 가봤는데 벨로주는 안 가봤다. 자리를 옮긴 건 알았는데, 세 번째인 건 몰랐다. 내가 알던 곳은 아마도 두 번째 자리였나보다. 좌석이 적다보니 티켓팅 정말 힘들었다. 두 시 오픈이었는데 1분은 커녕, 10초만에 아마도 매진이었던 것 같다. 느낌적 느낌인가. 정말 새로고침 한 50번은 한 것 같다. 누르는 자리마다 누군가 결제를 하고 있다고. 그러다 가까스로 한 자리 '당첨' 돼 콘서트에 가게 된 것. 그렇다. 이건 내가 티켓팅을 하는 거지만 사실상 당첨에 가까운 운이다. 첫 단독공연. 의미있는거잖아. 생각해보면 난 어떤 뮤지션의 첫 단독공연도 가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내 기억엔 그래.
벨로주 앞에 붙어있던 포스터. 사실 그 전까진 그냥 공연 가는구나! 적재 공연이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공연장 문앞까지 가니까 막 설레는거다. 그 전에도 이미 공연을 두 번이나 봤는데. 단독공연, 첫 콘서트라서 그런가? 왠지 다른 기분. 그냥 그런 느낌이었다. 공연을 보면서 그 느낌이 뭐였는지 좀 느껴내기 시작하긴 했지만.
사실 나는 예전부터 다른 밴드나 다른뮤지션의 공연을 보면서 적재가 기타를 치는 무대를 '챙겨'봐온 건 아니고, 다만 어떤 어떤 뮤지션의 앨범에서 기타를 적재라는 사람이 쳤다더라, 정도였지 그 사람이 나보다 두 달 먼저 태어난 데다 학교는 한참 일찍 들어갔고 이쪽 바닥에선 진작 인정받아 그렇게 자리잡은 사람인줄 안건 얼마 안 된지라. 어쩌면 그래서 더, 적재라는 기타리스트는 한참 연륜있을 거라고 막연히 넘겨짚어왔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앨범을 내고 나서 내가 그동안 들어왔던 앨범이나 봐온 무대를 다시 떠올리며 적재를 찾는 기분이 쏠쏠한 그런 게. 여튼. 뭐... 기타치는 적재. 노래하는 정재원. 신기한 일이다. 분명 좋아하고 있지만, 나 이사람 팬인 것 같다든가, 엄청 '좋다!' 고 판단하거나 하기도 전에 이렇게나 공연을 보게 됐다는 건 뭐랄까 좀 신기한 일.
민트페스타 때 "저 보러 오신거 아닌거 다 알아요. 얼른 마무리하고 갈게요" 비슷한 말을 했던 것도 그렇고. 뷰민라 때 노래하다가 비눗방울 테러에 빵 터졌던것도 그렇고, 이사님한테 복수할 거라고 능글맞게 말하는 것도 그렇고. 이날은 또 튜닝할 때 사진찍어주셔야 멋있게 나온다며.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닌 것 같으면서도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정말 소리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노래하는 동안은 아무것도 찍을 수가 없었는데 카메라를 들고 와서 소리 안나게 찍으시는 분들 말고는 대부분 그랬던 걸 생각하면, 어쩌면 다들 같은 마음이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타 소리도 다 좋았고, 노래도 다 좋았다. 다들 튜닝할 때만 사진 많이 찍고, 멘트할 때만 찍고. 공연하는 기분 같은 거 얘기하면서는, "지금의 발전 속도라면 앞으론 더 좋을거 같으니까?"하면서 웃었는데, 나 정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첫 공연인데 이렇게 잘 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마룬파이브의 슈가를 부르다가 터져버린 웃음도 자연스러웠으니까. 마룬파이브의 슈가는 원래도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이 공연 다녀온 이후론 들을 때마다 자꾸 생각나서 피식피식 웃게 된다. 자꾸 생각나니까 더 좋았던 것 같다. 앞으론 공연을 좀 더 큰데서 해주거나 공연하는거 티를 좀 안냈으면 좋겠어요. 티켓팅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공연 끝나고 나서는 무대에서 다같이 관객들이랑 사진을 찍었는데, 이분은 물론이고 밴드 멤버분들 모두 그 신난 표정이 정말. (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가면 볼 수 있음.) 공연 끝나고 밖에서 사람들이 기다렸다가 싸인받고 사진찍고 하는걸 보면서 밴드 분들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면서 사진찍고 그러셨는데. 그 모습도 그 공연 끝날 때 찍은 셀카랑 어우러져서 정말 뭐랄까. 함께 오래 음악을 해온 사람들이 함께 기뻐하고 벅차하는 그런 뮤지션이구나, 그런 기분을 간접적으로 참 많이 느껴서, 그래서 그 첫공연의 설렘이 완성된 느낌이었달까.
몇 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생생한 기억. 정작 당일엔 피곤해서 별로 기억이 안났다는 후문.
존박의 재발견은 덤이다. 존박은 김동률 효과로 앨범을 들어보긴 했지만 그냥 괜찮다, 정도였지 별 관심도 감흥도 없었고, 그저 냉면성애자인줄만 알았는데 정말 괜찮은 음색을 가졌고 노래를 잘 했다. 감탄했다. 특히 자기가 처음으로 써 본 곡이었다는 '그만'이라는 곡을, 적재의 기타에 불렀을 때 참 좋았는데 내가 알던 그 노래보다 훨씬 좋았던. 정말이지 감탄했다. 둘이 같이 불렀을 때도 좋았고. 존박 앨범 프로듀싱을 적재가 한다고 해서 더더욱 기대되는.
존박 재발견보다 더한 덤은 흑역사를 제조하고 왔다는 사실이다. 공연 끝나고 나오다가 고생하시는 스테프님이 말씀하시는 걸 거절할 수가 없어서 막 뭐라고 뭐라고 말했는데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안나고 도대체가 진짜 부끄러워죽겠네.. 그러나 그 광경을 예슬언니가 너무 잘! 찍어줘서! (어쩌면 사진에 얼굴이 안 나와서...) 한 동안 프로필 사진으로도 썼었던. 언니 금손 :*)
즐거웠어요. 지금까지의 발전 속도라면 분명 앞으론 더 좋겠지. 앞으로도 공연하는거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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